16일 브라질과 정상회담…최근 쿠바·베네수엘라 정상과 통화 '美 뒷뜰'서 영향력확대 모색…일부 국가, 미·러 줄타기외교
러시아가 최근 활발한 대(對)중남미 정상 외교를 펼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멀리 중남미의 우군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5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중남미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위기가 중남미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다툼을 되살렸다"고 표현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 시점으로 제시한 16일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만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미국의 연기 권고에도 강행한 방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3일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달엔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정상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며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약속했다.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려온 중남미 국가들과 보란 듯이 친분을 과시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에는 서방과의 안보 협상에 실패할 경우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중남미에서 영향력 확대를 모색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러시아는 특히 베네수엘라와 쿠바 등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게 중국과 더불어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자국민용 백신 확보에 집중하는 사이 러시아는 중남미 국가들에 백신을 공급하며 위기 극복을 도왔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좌파 정권이 들어선 국가는 물론 파라과이 우파 정권도 러시아산 백신에 크게 의존했다.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달 초 푸틴 대통령에게 "전 세계가 (우리 옆에) 없을 때 당신은 있어 줬다"며 백신 제공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중남미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러시아의 의도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몸값을 높이려는 중남미 국가들의 의도와 맞아 떨어지기도 한다.
NYT는 "중남미 정상들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을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부채 협상 막바지인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IMF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의 미국 초청이나 최소한 전화 통화라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른 강대국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미 정부에 경고한 바 있다고 NYT는 전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정권에선 미국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으나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 후 다소 불편한 사이가 됐다.
브라질의 위협 섞인 요청에도 양국 정상의 통화가 끝내 이뤄지지 않으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난해 말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최근 러시아의 활발한 대(對)중남미 외교가 우크라 위기에서 서구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기 위한 '속임수'일 수도 있다면서도 "푸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외교 목표는 '러시아를 미국과 겨룰 만한 강대국 지위로 되돌리겠다'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mihy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