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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페루, 눈꽃빙수로 유혹하다.2017-05-11 00:00
Writer Level 10

시원하고 달콤한 맛으로 널리 사랑 받는 간식 눈꽃빙수. 생전 눈꽃빙수를 맛보지 못한 페루 사람들의 혀를 부드러운 얼음조각으로 유혹하는 청년들이 있다. 

지난달 2일 페루의 수도 리마(Lima)에 한국식 눈꽃 빙수를 파는 카페 미스터빙수(Mr.Bingsu)를 개업한 표지도(28), 김주엽(28) 공동 창업자 얘기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멀리서 왔습니다’란 미스터빙수의 홍보문구처럼 참 멀리서 와서 부지런히도 일한다. 매일 오전 아홉 시 반에 가게로 출근해 밤 아홉 시에 문을 닫는다. 두 시간 동안 매장을 청소하고 집에 가서 장부를 정리하면 어느덧 새벽 세시. 두 청년이 먼 나라 페루까지 가서 잠을 아껴가며 일하게 된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술자리 한번에 죽마고우에서 ‘동업자’로

고등학교 동창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축구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 째 함께 공을 차며 땀 냄새 나는 정을 쌓았다. 그렇게 서로 없어선 안될 죽마고우가 됐다.

먼저 페루에서 창업하자고 제안한 쪽은 표지도씨다. 어릴 적부터 ‘돈 많이 버는 사장님’이 꿈이었던 표씨는 3년 전 페루의 리마에서 1년 간 교환학생으로 머물면서 빙수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엿봤다. 덥고 여름이 긴 기후에 비해 아이스크림 종류가 적은 페루 현지 사정이 그에겐 기회로 보였던 것. 그는 “시원한걸 좋아하는 페루 사람들이 눈꽃 빙수에 열광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사업을 구체화 시키기 시작한 표씨는 술자리에서 김씨에게 “남미에서 빙수 사업을 함께 해보자” 제안했다. 김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취업이야 언제든 할 수 있지만 페루에서 빙수 장사는 지금 아니면 못할 것 같단 생각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복숭아 나무 대신 어둑한 술집 조명 아래에서 도원결의를 했다.

외국에서 사장님 되는 거 쉬운 일 아니네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두 사람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창업 자금을 모으고 음식 만들기, 식재료 관리 등 카페 운영 전반을 배우기 위해서다. 김씨는 “내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아르바이트 마저 신나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갔던 건 아니다. 이들이 마주한 첫 장애물은 눈꽃 빙수 기계를 페루로 보내는 일. 현지 허가증 등 복잡한 서류절차를 처리하는 게 급선무였다. 표씨는 교환학생 당시 하숙생활 했던 페루 가족들과 화상으로 대화하며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당시 아르바이트 2개를 병행했던 주엽씨는 이 과정에서 지도씨를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 표씨는 “혼자 준비하는 기분이라 솔직히 그땐 김씨에게 섭섭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페루에 도착해서도 고난은 계속됐다. 페루 계절로 한여름인 12월이나 1월 개업을 목표로 2016년 9월 현지로 넘어갔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설립, 사업자등록 등 처리해야 할 서류는 산더미인데 페루 특유의 늦은 행정 처리 때문에 발만 동동 굴려야 했던 것. 설상가상으로 입주하기로 한 매장의 전 세입자가 예정보다 3개월 늦게 가게를 나가게 된 바람에 일의 진행도 더뎌졌다. 당시 두 사람은 “먹는 것, 입는 것 줄여나가며 공백 시간을 버텼다”며 “할 수 있는 일이 마냥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단 생각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인기 비결 삼박자? ‘틈새시장∙맛∙인테리어’


고생 끝에 낙이 왔다. 미스터빙수는 개업하기가 무섭게 현지인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문을 연 지 불과 한 달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공식 계정의 ‘좋아요’ 수가 1만 2,000개를 돌파했고 220개가 넘는 후기도 올라왔다. 페루의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매장이 소개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표씨는 “돈을 쥐어줘도 방송에 나가기 어려운 마당에 운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눈꽃 빙수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적중한 덕이다.


무엇보다도 인기의 비결은 맛이다. 개업 후 며칠 간 손님들에게 받은 피드백은 칭찬 일색이었다. ‘맛있는 한국의 아이스크림을 여기까지 가지고 와서 고맙다’며 엄지를 치켜드는 손님의 칭찬 하나에 하루의 노곤함마저 잊게 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김씨는 “부인과 딸의 성화에 못 이겨서 온 손님이 있었다. 후식치고 싸지 않은 가격 때문에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빙수를 먹고 나선 얼굴에 웃음기가 돌고 그 이후엔 가끔 혼자 와서 빙수를 먹고 가더라”며 단골 손님의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카페 문화가 생소한 페루 사람들에게 편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제공한 것도 한 몫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이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 중 하나가 인테리어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페인트칠부터 배선까지 손수 해야 했지만 미관을 포기하진 않았다. 둘은 “근처 상점 중에 우리 카페가 가장 예쁜 것 같다”며 뿌듯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목표는 ‘중남미 전역 아우르는 사장님’


이제 막 개업 한달 차에 접어들어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 몸은 노곤하지만 야무진 목표와 비전이 있기에 매일 매일이 뿌듯하다고 말한다.

표씨와 김씨에게 당장 직면한 과제는 겨울 메뉴 개발이다. 커피, 디저트를 추가해 계절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기 목표는 더 넓은 매장으로 이전하거나 2호 점을 세우는 것이다. 정확한 시기는 확정할 수 없지만 내년 여름 즈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 목적지는 중남미 전역에 체인점을 내는 것이다. 사업을 안정적인 궤도까지 끌어올려야 가능한 일이다. 이들에겐 학자금 대출, 수익구조 안정화 같은 현실적인 장벽이 남아있지만 두 사람은 ‘준비된 패기’가 있다면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로의 존재 또한 큰 힘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가 많겠죠. 하지만 마음 맞고 목표가 같은 동반자가 있으니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진은혜 인턴기자

출처: 한국일보, 2017.5.3. <페루에서 '한국 빙수'로 대박난 두 청년 이야기>

http://www.hankookilbo.com/v/806baf2be3cc4604b68d8d2ba0d73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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