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쿠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쿠바 정권 압박에 나섰다. 미국의 제재 및 봉쇄로 쿠바가 극심한 에너지난에 빠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를 접수하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쿠바와의 협상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으며, 이를 양국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디아스카넬을 강경파로 보고, 미국이 요구하는 경제 개혁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2018년 취임한 이후 공산당 총서기를 겸임하고 있다. 카스트로 가문이 아닌 쿠바의 첫 지도자다. 다만 쿠바 내 실질적 권력은 여전히 카스트로 가문 등 혁명 세대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카스트로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 것은 정권 교체보다 미국에 대한 정권의 순응을 강요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축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징적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짚었다.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좌파 정부의 지도자를 몰아냈다는 성과를 챙기는 선에서 쿠바와 합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쿠바 정부는 이에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과의 협상 의지를 밝힌 상태다. 오스카르 페레스올리바 프라가 부총리는 이날 미국 엔비시(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쿠바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인과 그 후손들과의 상업 관계에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쿠바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나는 쿠바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방하든, 점령하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며 “쿠바는 매우 약해진 국가다 (…) 돈도, 석유도 없다”고 주장했다.쿠바의 에너지난이 불러온 위기는 쿠바 사회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멕시코에서 석유를 조달해 온 쿠바는 미국의 압박으로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와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쿠바 에너지광산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가 전력 시스템이 “완전히 단절”됐다며 “현재 원인 조사와 복구를 위한 절차가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쿠바 국영전력청(UNE)도 소셜미디어에서 각 주 전력회사를 통해 장시간 정전 지역을 중심으로 순차적인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 전력망 붕괴로 1100만명에 이르는 쿠바 국민이 전력 공급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석유 공급이 3개월 넘게 끊기면서 태양광과 천연가스, 일부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제난과 에너지 위기가 겹치면서 사회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분노한 시민들이 공산당 사무실 등에 방화를 시도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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