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를 치르는 중남미 콜롬비아에서 K팝을 중심으로 한 ‘K-컬처’가 주요 선거 전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남미에서 ‘블루 타이드(우파 물결)’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우파 후보에 비해 열세인 좌파 후보 지지층이 주로 활용 중이다.
중남미 현지 매체들은 최근 보도에서 좌파 성향의 대선 후보인 집권 여당 ‘역사적 조약’의 이반 세페다(63) 상원의원을 지지하는 콜롬비아의 K팝 팬들이 온라인상에서 그의 공약을 알리고 지지층을 넓히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K팝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콜롬비아 대선 1차 투표 개표 결과 세페다는 40.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위는, 변호사·사업가 출신의 정치 신인인 강경 우파 성향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47) ‘조국의 수호자’ 후보(43.7%)가 차지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세페다가 1위를 기록하거나 적어도 오차 범위 내 우세로 나타났는데, 실제 선거 결과는 반대였다.
이에 세페다를 지지하는 일부 K팝 팬들이 소셜미디어(SNS) 왓츠앱에서 ‘역사적 조약을 위한 K팝 팬 운동’이란 단체를 조직해 온라인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당 단체는 불과 3일 만에 5000명이 넘는 회원을 모았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경쟁 상대인 에스프리에야가 1차 투표에서 승리한 것이 SNS를 활용한 온라인 선거 운동 덕분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지자들은 근엄한 표정을 한 세페다의 사진을 분홍색 배경과 하트, 별, 리본 등의 귀여운 이모티콘을 활용해 아기자기하게 꾸민 뒤 ‘Oppa Saranghae(오빠 사랑해)’라는 문구를 적어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틱톡 등 SNS에 퍼뜨리고 있다. 혹은 세페다의 공약을 카드뉴스나 K팝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한 영상으로 만들어 SNS에 올리기도 한다.
이 단체에서 영상 제작을 맡고 있는 헤네시스 메사는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 인터뷰에서 “K팝은 사회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저항 정신을 담고 있다”며 그런 이유로 콜롬비아의 젊은 세대가 열광하고 있고, 그것이 K팝을 세페다 홍보 동영상에 사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가령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뱁새’는 기성세대가 청년들에게 강요하는 규범과 청년들이 처한 저임금의 현실을, 에이티즈의 ‘게릴라’는 청년들의 억압받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메사의 주장이다.
세페다는 지난 3일 X에 한국에서 인기 있는 포즈인 ‘손가락 하트’를 한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는 “여러분의 멈출 수 없는 힘이 온라인과 거리에서 한 세대 전체의 희망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칠레 등 인근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범죄율 증가 등에 대한 우려로 강력한 치안 정책을 내세운 우파 성향 대통령들이 잇따라 당선됐다. 세페다의 경쟁자인 에스프리에야 역시 ‘콜롬비아의 트럼프’ ‘콜롬비아의 부켈레(엘살바도르 대통령)’로 불릴 만큼 강경 치안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워 1차 투표에서 승리했다.
가브리엘 레이 하베리아나대학교 정치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케이파퍼(K-Popper)’들이 지지율 상승에 기여를 할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 할 것”이라며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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