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칼진 목소리로 반미 구호를 외치던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이 따듯한 목소리로 카라카스 대통령궁을 찾은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환대했다. 평소엔 영어를 압 밖에도 내지 않던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영국 유학 시절에 다듬은 유창한 영어를 썪어가며 수십년만에 베네수엘라를 공식 방문한 미국 행정부 각료를 직접 맞았다.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석유생산시설로 라이트 장관을 직접 안내하며 설명했다. 40일전만 해도 있을수 없던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 가운데 에너지 장관을 먼저 보낸 것은 베네수엘라의 석유자원 개발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장관은 현지시간 11일과 12일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다. 라이트 장관은 회담후 설명문에서 “우리는 매우 훌륭하고 솔직한 대화를 가졌다”면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굉장한 기회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은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천연가스, 광물 등에 관해서뿐 아니라 베네수엘라의 인권과 자부심, 교육 등에 관해서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도 대통령궁 성명에서 “그녀는 양국 모두에게 효과적이고 상호 이익이 되는 에너지 의제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스팔트 생산을 시작으로 150년 동안 이 분야에서 협력해 온 역사를 상기했다. 로드리게스는 “양국이 협력해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러한 노력이 베네수엘라와 미국은 물론, 서반구 전체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라이트 장관 방문에 앞서 1월말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워싱턴으로부터 내려오는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라이트 장관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미국의 기술이 절대 필요함을 강조했고,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로드리게스 정권은 앞서 석유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 자본의 진출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2일 로라 도구(Laura Farnsworth Dogu)를 베네수엘라 주재 임시대사로 파견한 바 있다.
미국은 새해 1월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압송한 이후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과 판매대금을 관리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석유판매대금을 카타르 은행에 예치했으나, 최근 미국 재무부에 직접 예치하고 있다고 라이트 장관이 NBC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국이 초기에 베네수엘라 석유대금을 제3국인 카타르에 예치한 까닭은 코노코필립스, 엑슨모빌 등 미국 석유메이저들이 과거 베네수엘라에 떼인 돈을 압류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카타르에 예치한 금액은 5억 달러 정도에 이르고, 이후엔 미 재무부가 직접 관리하는데, 그 금액이 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앞으로 베네수엘라 원유생산을 늘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정제하고 수개월내에 50억 달러 상당의 자금을 비축할 예정이다. 이 자금으로 원유생산시설을 개선하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생활개선에도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로드리게스 정권을 승인히는 문제가 딜레마로 남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에 야당이 주도하는 반마두로 의회를 승인하고 마두로 정권에 대한 승인을 거부한 바 있다. 현 로드리게스 임시정권은 마두로 정권의 연장이다. 따라서 로드리게스 정권을 승인할 것인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이뤄진 후 수립된 정권을 승인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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