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전역에 ‘블루 타이드’(blue tide·우파 물결)가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오는 16일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도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후보가 중도 좌파 후보를 누르고 정권 교체에 나설지 주목된다. 좌파 정권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무능과 부패, 국민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볼리비아·아르헨티나·에콰도르에서 잇따라 보수 성향 정권이 등장하는 흐름 속에 중도 좌파 후보도 강경한 정책을 자제하는 등 전략적 ‘우클릭’에 나선 모습이다. 11일 라테르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내년 3월 출범하는 새 정부를 결정짓는 칠레 대선에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와 히아네트 하라 중도좌파 연합 후보(여당인 칠레공산당 소속)가 양강 구도를 달리고 있다. 내달 14일 결선에서 하라 후보와 카스트 후보 간 맞대결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칠레 대선에서는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득표율 1·2위 후보가 결선 양자 대결을 펼친다. 카스트 후보는 2002∼2018년 하원의원으로 4선을 지낸 중량급 정치인으로, 언행과 정치 스타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아 ‘칠레의 트럼프’로 불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승리 직후 X에 “자유와 상식의 승리”라며 축전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도랑을 파야 한다”거나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의 ‘경제적 유산’을 긍정 평가한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됐다. 다만, 최근 유튜버 출신 극우 후보 요한네스 카이세르가 막판 상승세를 타면서 보수 표심 분산이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하라 후보는 미첼 바첼레트 정부에서 사회보장부 차관을, 가브리엘 보리치 정부 초대 노동·사회보장부 장관을 맡아 진보 진영에서 주 40시간제와 연금 개혁을 추진한 인물이다. 전통 좌파 노선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카스트 후보의 약진에 선거 막판에는 중도층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복지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급진적인 개혁보다는 재정 현실을 고려한 점진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또, 자신이 속한 칠레공산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전략도 취하고 있다. 하라 후보가 “당의 틀을 넘어 더 넓은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며 공산당 탈당 가능성도 시사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이번 칠레 대선은 남미 정치 지형 변화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볼리비아에서는 지난 10월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하면서 20년 좌파 정권을 끝냈고, 아르헨티나·에콰도르에서도 우파 성향 지도자 등장과 보수 재편 흐름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두 번째 블루 타이드’로 규정하고 경제 악화·치안 문제 등이 좌파 정권에 대한 냉각을 초래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칠레까지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남미 정치 지형은 우파 중심으로 더욱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jjy0725@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