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경을 넘기 위해 집을 떠난 중남미 이민 희망자들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30일(현지시간) 이민 희망자들이 최대한 빨리 미국에 입국하기 위해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을 불안하게 한 요인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불법 이민 문제를 민주당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할 선거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이민자 추방에 나설 것"이라면서 취임 첫날 이민 분야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과감한 국경 차단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개방 정책을 모조리 폐지하겠다"라고도 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국경이 차단된다면 고향을 버리고 미국을 향해 떠난 이민 희망자 입장에선 길 위에서 발이 묶이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민 희망자들은 최대한 빨리 미국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천 명에 달하는 이민 희망자들이 현재 멕시코 남부 과테말라 국경에서 미국 국경을 향해 행진 중이다.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시작되는 이들의 행진은 밤까지 계속된다. 하루에 이동하는 거리는 약 22km다. 차기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인 내년 1월20일 이전에 미국 국경을 넘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들 중에는 멕시코에서 합법적으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국경을 향해 떠난 사람들도 적지 않다. CBP가 하루에 접수하는 신청서의 수를 1천450장으로 제한하고, 컴퓨터 추첨을 통해 신청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에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개월간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에서 CBP에 난민 신청을 시도했다가 현재 이민자들의 행렬에 합류한 이리스 메사(39)는 "대선 이후 신청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며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국경을 넘어가는 것도 더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이 대선 전에 미국 국경 인근에 도착한다고 하더라도 희망대로 입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대선을 앞두고 국경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경을 건너는 데 성공한 불법 이민자의 수도 지난해 12월에는 25만 명에 달했지만, 지난 8월에는 5만8천 명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koma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