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남미 5개국과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며 해당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서서히 약화시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29일 전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중국 관리들이 지난 6월 자국과 무역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고, 남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우루과이도 중국과 무역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은 파나마와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며 콜롬비아와는 무역 협정에 대한 합동 타당성 연구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니카라과와 지난달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초기 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중국은 2005년 칠레를 시작으로 코스타리카, 페루와 관세를 낮추고 핵심 분야에 대한 상대국의 투자를 개방하는 내용의 무역 협정을 잇달아 체결했다.
호르헤 하이네 전 주중 칠레 대사는 SCMP에 "라틴아메리카의 200년 독립 역사 중 최근 100년간 중국의 존재는 이 지역 국제 정치적 경제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새로운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와 중국의 교역은 2000년 100억달러(약 13조원)에서 지난해 4천510억달러(약 607조원)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중 칠레-중국 교역은 2005년 80억달러(약 11조원)에서 지난해 550억달러(약 74조원)로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빠르게 남미의 주요 교역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에반 엘리스 미국 육군전쟁대학 전략연구소(SSI) 연구교수는 "2015년을 기점으로 미국은 사실상 코스타리카 이남 모든 국가에 대한 핵심 역할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남미 지도자들은 광물과 농산물 수출을 위해 거대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끌리고 있으며, 좌파 국가가 우파 국가보다 더 빨리 중국을 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와 중국 간 더 강력해진 관계는 중국이 지난 4년간 미국과 무역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 세계 영향력을 놓고 미국과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닉 마로 홍콩 기반 무역 분석가는 만일 미국이 남미 국가들에 양자택일을 하라고 압박한다면 남미 국가들은 중국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남미에서 광물을 확보하고 화웨이 같은 인프라 개발업체들에 새로운 일자리를 주고, 중국산 제품의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려고 하는 반면, 남미 국가들은 주로 중국 시장에 집중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엘리스 교수는 에콰도르와 우루과이가 중국에 먼저 무역 협정을 제안했고 중국이 이에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에콰도르 당국은 올해 1∼7월 대(對)중국 비석유 분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0% 늘어난 230만달러 규모라고 밝혔다.
엘리스 교수는 그러나 일부 남미 지도자들이 중국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남미 국가들은 자국산 바나나에 관세가 없어지면 중국 소비자들이 앞다퉈 살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중국은 인근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과일을 들여오면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무역 협상가들이 남미의 파트너들보다 협상 경험이 많다며, 남미 지도자들은 자국의 소수 부유층만 혜택을 볼 계약에 서명했다고 지적했다.
또 칠레는 중국과 체리, 포도의 수출에 대해 가장 많이 논의하고 있지만 사실 가장 가치있는 품목은 구리로, 중국은 칠레가 허용하려는 것보다 훨씬 더 구리 분야에 침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남미의 구리 수출은 지난해 약 82억달러(약 11조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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