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는 가상으로 서울에서 땅을 뚫고 지구 중심을 관통해 정반대 지점에서 나온다고 가정할 때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나라다. 말 그대로 한국과 정 반대편에 있다는 뜻이다. 중남미 국가 중 비교적 안정적인 정세와 견실한 경제 성장을 이어가는 강소국으로 꼽히는데, 우리나라로부터 가장 멀리 있지만 한국 사회와 똑같은 고민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인구 절벽' 문제다. 28일 우루과이 통계청과 한국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우루과이 합계출산율(TFR·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48명으로, 카리브해 일부 섬지역을 제외하면 중남미(평균 1.85명) 최저 수준이다. 2016년(2.01명) 보다도 낮아졌다. 미미한 인구 증가율도 눈에 띈다. 지난해 우루과이 인구는 344만4천263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1년보다 딱 1% 늘어난 것이다. 우루과이 통계청은 관련 자료에서 이를 '인구 정체'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민으로 인한 유입 흐름이 없었다면 (인구는) 더 빨리 감소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루과이 당국은 이대로라면 수십 년 안에 생산연령인구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청빈한 삶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인구조사 발표 당시 "우리는 소멸로 향하는 위험한 징후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는 지난해 12월 관련 기사에서 중남미 전반적인 인구 감소세 중 우루과이에서 그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회학 박사인 이그나시오 파르도는 이 매체에 "궁극적인 문제는 불평등에 있을 수 있다"며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게 노력을 집중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합계출산율 수치상으론 한국(0.89명)보다 사정은 좀 나아 보이지만, 우루과이 정부와 의회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상·하원은 최근 아버지의 육아휴직을 기존 10∼13일에서 20일까지 늘리는 한편 이 휴직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고용주가 육아휴직 중인 직원을 복직 후 30일 안에 해고할 수 없도록 명문화했다. 직원과의 합의 등에 따라 이를 준수하지 못하게 될 경우 3개월 치 급여를 포함한 금전적 보상을 하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이 법안은 의회 구성상 양당제 경향이 뚜렷한 우루과이에서 다소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이 1명씩 대표 발의자로 나섰다. 야당 측 공동 발의자인 마리아 에우헤니아 로세요 하원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 법은 육아의 대부분을 어머니에게 돌리는 전통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다"며 "우루과이는 사회 보장 문제에서 최전선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우루과이 정부 당국은 농촌에 주로 분포한 고령자들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1.7배 면적(17만6천㎢)에 드넓은 목초지를 보유한 우루과이는 몬테비데오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도시에 인구 밀집 현상이 두드러진 특성도 있다. 무려 96%가 도시 주민으로 분류돼 있는데, 4%에 해당하는 비도시 거주자 중에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것으로 현지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우루과이 보건부는 65세 이상이 국민 15%를 넘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인 노령화, 농촌 마을 인구 감소에 따른 공동화 현상과 홀몸 노인 증가 등이 자살률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정신건강 검진 범위 확대를 비롯해 '인구 지키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