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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쿠바서 공연한 극단 노뜰 "한국과의 수교로 후손들 기대감 커"2024-05-1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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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쿠바의 수교로 한인 후손들의 기대감이 큰 것을 현지에서 확인했습니다. 쿠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K컬처 붐'이 일고 있는 시점이라 앞으로 한국 문화가 더 많이 알려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원 원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단 노뜰의 원영오 대표는 26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쿠바 아바나에서 공연을 마친 소감을 전하며 이런 바람을 나타냈다.

노뜰은 2012년부터 꾸준히 중남미 공연예술시장의 문을 두드려왔고, 오랜 노력 끝에 쿠바 예술단체와의 첫 협업 공연이 이뤄졌다. 마침 공연을 한 달 앞두고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 소식도 전해져 의미를 더했다.

노뜰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 쿠바 아바나의 테아트로 라 프로아 극장에서 연극 '그의 집이 있다'를 선보였다. 공연은 노뜰, 멕시코 테티엠, 쿠바 테아트로 라 프로아 등 3개국 민간 예술단체의 협업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쿠바 문화부, 쿠바공연예술위원회, 쿠바 아바나극장센터 등이 지원했다.

'그의 집이 있다'는 1905년 4월 멕시코로 처음 이민을 간 한인 1천33명의 여정을 다룬 작품이다. 지난해 8월 한국과 멕시코 간 협업 형태로 초연됐고, 멕시코 메리다와 푸에블라 등에서 공연해 현지에서도 호평받았다.

원 대표는 "공연의 기본 출발 지점은 한국인 이민자이지만, 작업 과정을 통해 쿠바인들에게 이민과 디아스포라(고국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형성된 집단)는 현실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모국을 떠나 타국에서 이민자로 사는 쿠바인들이 많고, 지금도 많은 젊은이가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쿠바인들에게 이민자라는 개념은 현실이고, 가족의 문제이며, 미래에 대한 고민이었다"며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의 주제적인 측면에서 보편성의 관점으로 확장을 시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쿠바에서 한국인 이민자 이야기는 다소 낯선 편"이라면서도 "첫 공연 때 꽤 많은 한인 후손이 관람하러 왔다. 특히 쿠바 독립운동가 임천택 선생의 딸인 마르타 임 김 씨는 공연 첫 장면부터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노뜰은 원래 아바나와 시엔푸에고스 등 2개 도시에서 공연하고자 했으나 현지 전력 사정이 열악해 아바나에서 2회 공연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원 대표는 "전력난이 심각하고 연료 부족으로 대중교통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아바나의 경우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정전 상태이고, 다른 도시들은 10시간 이상 정전 상태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 생필품이 부족해 물과 식재료 등이 귀하다. 현지인들은 물가 상승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한다"며 "사회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이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 대표는 이런 경제난 속에서도 쿠바인들은 열정과 에너지가 넘친다고 전했다.

그는 "쿠바인들은 모두 연극을 좋아한다"며 "극장에서 공연이 있는 날이면 100석 규모의 극장은 만석이고, 극장 밖으로 사람들이 긴 줄을 선다"고 소개했다.

또 "쿠바 공연계에서도 한국과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며 "연극의 경우 한국과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라 발전적인 관계를 원한다. 앞으로 다양한 예술교류로 쿠바 및 중남미 공연예술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뜰은 세계 속 한국인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따라가는 연작 시리즈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 오사카로 밀항한 재일한국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방의 물고기'(6월)와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한 고려인 이야기를 다룬 '6,000km'(11월)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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