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암살·대지진·치안 악화 등으로 힘든 한 해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전 세계가 대부분 예년보다 차분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쓸쓸한 연말을 맞은 곳이 있다. 카리브해 극빈국 아이티의 이번 크리스마스엔 화려한 장식과 선물 쇼핑도, 캐럴 소리도 사라졌다고 EFE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치·사회·경제의 '삼각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아이티는 올해 특별히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되며 나라 전체가 혼돈에 빠졌고, 이어 8월에는 규모 7.2의 지진으로 2천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혼란을 틈타 갱단의 세력이 커져 몸값을 노린 납치 범죄가 급증한 가운데 갱단의 연료 장악으로 극심한 연료난이 이어졌고, 그 와중에 연료 트럭 폭발로 90명 넘게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서 연말이 와도 예년 같은 떠들썩함은 찾아볼 수 없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전자제품을 파는 장 피에르는 EFE에 "올해는 판매가 예년 같지 않다. (연말 특수가) 전혀 없다"며 "캐럴조차 들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이티인들은 보통 콩을 섞은 밥과 돼지고기, 닭고기, 마카로니로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기는데 올해는 식료품도 모자라고 가격도 비싸서 쉽지 않다. 더구나 치안이 급격히 악화한 탓에 밤 외출조차 여의치 않다. 아이티 경제학자 에노미 제르맹은 "올해는 가계와 기업 상황이 모두 극도로 어렵다"며 8월의 대지진으로 아이티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EFE에 설명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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