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브라질의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16일(현지시간)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이날 자정을 기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돼 오는 10월 2일 투표가 실시되는 이번 대선엔 총 12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그러나 사실상 선거 대결구도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67)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디시우바(76) 전 대통령의 2파전으로 일찌감치 굳어졌다.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극우 성향 현직 대통령과 브라질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전직 대통령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최근 치러진 브라질 대선 중 가장 양극화한 대선으로 평가된다.
극과 극 대결인 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시사한 바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은 선거이기도 하다.
2003∼2010년 집권한 룰라 전 대통령은 극적인 재기를 노린다.
빈곤 속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룰라 전 대통령은 일찍부터 구두닦이, 노점상 등 여러 일을 전전하다 금속 공장에 취직했다.
이후 노동 운동에 뛰어들었고,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대규모 파업 시위를 이끌며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1980년 노동자당(PT) 창당을 주도하며 정치에도 입문해, 대전 도전 4번 만에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하며 대통령까지 올랐다.
당시 좌파 물결이 거세던 중남미에서 대표적인 좌파의 아이콘이었다.
경제 성장 등에 성과를 내며 임기 말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고, 연임 후 후계자인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퇴임 후 집권 당시의 부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며 위기를 맞았고 2016년 3월 돈세탁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해 6월 호세프 전 대통령까지 탄핵당해 룰라의 위기도 깊어졌다.
그러나 옥중에서 그는 작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했고, 지난해 3월 브라질 법원이 그에 대한 실형 판결이 무효라고 결정하면서 정치적 족쇄를 벗고 정계 복귀에 나섰다.
이에 맞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 장교 출신으로, 전역 후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거침없는 막말과 포퓰리스트 성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과 비교되며 '브라질의 트럼프' '열대의 트럼프'로 불렸다. 실제로 본인도 대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칭송했다.
2018년 대선에서 개신교 보수파 등의 지지 속에 노동자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고, 취임 후에도 선을 넘나드는 행보로 끊임없는 논란을 불러왔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선 룰라 전 대통령이 줄곧 1위를 달리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앞서왔다.
전날 발표된 조사기관 IPEC의 여론조사 결과에선 룰라가 44%, 보우소나루가 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브라질 대선에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대결을 펼치는데, 가상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는 룰라가 51%, 보우소나루가 35%였다. 결선은 10월 30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대선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동시에 중남미의 '좌파 물결'은 더욱 선명해진다.
2018년 이후 최근까지 멕시코,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가 줄줄이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교체돼 브라질에까지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중남미 경제 규모 상위 6개국이 모두 좌파 국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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