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에서 치러진 대선 결선 투표 출구 조사에서 좌파와 우파 후보가 ‘초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남미 국가들 대선에서 잇따라 우파 후보가 당선되며 블루 타이드(우파 물결)가 확산하는 가운데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페루 대선 결선 투표 결과, 출구 조사에서 우파 성향 후보인 게이코 후지모리(51) ‘민중의힘’ 대표가 좌파 성향 로베르토 산체스(57) ‘함께하는 페루’ 의원에 근소하게 앞섰다. 여론 조사 기관 입소스는 후지모리 50.7%, 산체스 49.3%로 발표했고 또 다른 여론 조사 기관 다툼은 후지모리 50.53%, 산체스 49.47%라고 알렸다. AFP 통신은 “양측의 표 차이는 오차 범위를 고려할 때 사실상 동률”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은 페루의 극심한 정치 불안 속에서 치러졌다. 페루는 최근 10년 간 대통령이 9번이나 바뀌면서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10월 디나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이 부패 의혹으로 탄핵된 이후 혼란은 더욱 극심해졌다. 현재 대통령직은 호세 마리아 발카사르 국회의장이 임시로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페루 유권자들은 후지모리와 산체스를 중심으로 대립하고 있다. 후지모리는 2024년 작고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90~2000년 재임)의 딸로, 19세 때부터 이혼한 어머니 대신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맡으며 존재감을 키워 왔다. 이후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 강경한 치안 정책과 친시장 경제를 내세우며 보수층의 지지를 받았다. 다만 앞서 세 차례 대선에서 ‘독재자의 딸’이란 꼬리표와 부패 논란 등으로 패배했다.
후지모리와 정반대 지점에 선 산체스는 지난 2021년 탄핵 표결을 앞두고 돌연 의회 해산을 선언해 결국 해임됐던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정부에서 통상관광부 장관(2021~2022년)을 지낸 현직 국회의원이다. 좌파 진영의 재결집을 이끌며 사회 불평등 해소와 새 헌법 제정 등을 주장해 왔다.
초박빙 승부인 만큼 당선인 확정에는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페루 국가선거심판원 측은 이날 “결선 투표 결과는 7월 중순에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7월 28일부터 시작된다.
페루 국가선거심판원 측은 “결과는 7월 중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가 늦어지는 건, 선거 관리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페루 정부가 이번 대선부터 재검표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투표소별 개표기록지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여러 선거기관이 보유한 사본을 대조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참관인 입회 하에 재검표한다. 이런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 당시 일부 투표소에 투표용지가 제때 도착하지 않아 리마에서만 약 6만3300명이 투표하지 못 했다. 또 개표 과정에서 쓰레기통에서 투표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국가선거절차청이 압수수색을 받았고, 피에로 코르베토 청장이 대선 1차 투표 9일 만인 4월 21일 사임했다. 이런 탓에 1차 투표 개표는 한 달 이상 지연됐고, 일찌감치 결선 진출이 확정된 후지모리와 달리 산체스는 투표일로부터 43일이 지난 5월 17일에야 결선 진출이 확정됐다.
주요 외신은 후지모리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페루에서 범죄율이 급증하면서 유권자들이 범죄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며 이 같이 내다봤다. 후지모리가 강경한 범죄 단속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최근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칠레 등 인근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잇따라 우파 성향 대통령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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