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장기 집권 뒤 다시 대권 도전에 나서려던 남미 볼리비아 전 대통령의 시도가 이 나라 헌법재판소에 의해 가로막혔다.
31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일간지 엘데베르와 라라손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볼리비아 헌법재판소는 기한 없는 대통령 연임을 합헌이라고 해석한 2017년 판단을 뒤집고, 연임 여부와 관련 없이 2차례까지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5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려던 에보 모랄레스(64) 전 대통령은 대선에 나설 수 없게 됐다.
볼리비아 헌재는 대통령 임기 제한이 "누군가가 권력을 영속화하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이상적인 수단"이라며 "재선 출마는 인권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2017년 11월 헌재가 미주 인권협약을 인용, '대선 출마 제한은 인권에 반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볼리비아 최초 원주민(아이마라)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2005년 처음 당선된 뒤 2009년(개헌으로 4년 만에 선거가 치러짐)과 2014년에 다시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후 4선 연임을 시도한 2019년 당시 대선에서 부정 의혹이 불거지며, 14년 재임 뒤 고국을 떠나야 했다.
그는 2020년 다시 치러진 대선에서 같은 당(사회주의운동·MAS) 소속 루이스 아르세(60) 현 대통령이 당선되자, 망명 중이던 아르헨티나에서 귀국했다. 최근엔 아르세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한 뒤 계파를 결집해 당내 헤게모니를 잡고 재집권을 모색했다.
대표적인 좌파 지도자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베네수엘라·쿠바 등과 교류를 강화하며 반미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마약 코카인 원료인 코카 잎 재배를 광범위하게 보장한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과거 코카 잎 농부였다.
한편,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의 반발은 새해 벽두부터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우경화한 아르세 정부가 획책한 모략"이라며 "우리를 정치적으로, 심지어 물리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시도가 전혀 두렵지 않다. 우리 형제자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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