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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트럼프,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선 격침… 진짜 목적은?2025-09-08 18:23
작성자 Level 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선을 격침하는 미군 작전 영상을 직접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면서, 1989년 미국이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군사작전으로 무너뜨린 일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약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운 정권 교체 시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트럼프는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바다 위를 질주하던 보트 한 척이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하는 장면이 담긴 29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이와 함께 “오늘 아침 내 명령에 따라 미군이 남부사령부 관할 해역에서 ‘트렌 데 아라과’ 소속 마약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정밀 타격을 가했다”며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통제하에 활동하는 외국 테러 조직으로 마약 밀매, 성매매, 폭력과 테러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 “마약을 운반하는 테러리스트들이 국제 해역에서 미국으로 향하던 중 발생한 이 공격으로 테러리스트 11명이 사망하고 미군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면서 “미국으로 마약을 들여오려는 이들에게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달 미국이 마약 조직을 소탕한다며 베네수엘라와 가까운 카리브해에 전함과 해병대를 파견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진행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미군 함정 8척이 미사일 1200여 기로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최근 100년 새 남미에서 목도한 최대의 위협”이라고 했다. 또 “미국은 군사적 위협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며 “방어를 위한 최대 대비 태세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은 이번 사태가 1989년 조지 H W 부시 행정부의 파나마 침공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마약 소탕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궁극적으로는 정권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이라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마약 밀매와 권력 남용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던 파나마의 마누엘 노리에가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쳤다. 미군은 수도 파나마시티를 포함한 요충지를 장악했고,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된 노리에가는 마약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미국이 중남미에 직접 무력으로 개입해 특정 국가의 정권을 교체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의 해군력 증강과 호전적 수사는 이 지역이 1989년 파나마 침공 이후 볼 수 없었던 극적인 외부 개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은 트럼프의 영상 공개 이후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것은 마약 단속 작전이며, 우리는 마약 카르텔이 어디에 있든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fresh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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